생활습관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당뇨병, 비만, 고혈압, 심장병 등 생활습관이 질병의 발생이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말하는데요, 그 만큼 식습관, 운동습관, 스트레스 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참 중요한 질병이지요. 특히 인도는 이 생활습관 질병 환자수가 세계 최고라고 손꼽히는데요, 전 세계 당뇨 환자 수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인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바로 심장병일 정도입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인도의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다른 질병들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심장병과 당뇨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심장병의 경우 약 17%, 당뇨의 경우 무려 35%나 증가를 보였습니다.
[생활습관질병을 부르는 식문화]
인도인들이 이렇게 생활습관 질병에 크게 노출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도인들의 식습관, 더 크게 보자면 식문화에 있다고 평가됩니다. 인도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국민의 70%가 채식주의자인데요, 달걀, 생선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 즉 비건도 이중에 30%나 됩니다. 보통 채식은 건강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요, 채식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 채식의 종류, 조리방식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합니다.
[빠까 음식, 건강에는 까짜]
인도 음식에는 전반적으로 기름이 많이 사용되는데요, 바로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이 8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트랜스지방 섭취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또한 천연 트랜스지방이 일정량 포함되어 있는 유제품의 세계 최대 생산 및 소비국이기도 하죠. 이러한 배경에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힌두교에서는 정과 부정, 즉 깨끗한 것과 부정하고 오염된 것의 구분이 명확합니다. 이를 빠까(Pakka)와 까짜(Kaccha) 라고 부르는데요, 성스럽게 여기는 소의 부산물인 유제품은 당연히 정한 음식인 빠까이고, 기름이 포함된 음식 또한 빠까 음식이기 때문에 섭취량이 많은 것이지요.
[빠질 수 없는 단맛]
또한 인도인들의 디저트 사랑도 주요 원인입니다. 힌디어로 ‘미타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단 것’ 이란 뜻이지요. 인도인들은 미타이 없이는 식사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믿고, 특히 중요한 축하 행사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것으로 이 미타이를 꼽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디저트로는 굴랍자문, 젤라비, 랏두 등이 있습니다. 튀겨서 설탕시럽에 재우거나, 곡물가루를 정제버터와 설탕을 빚어 만든 것이지요. 이런 디저트 대부분의 주재료는 설탕과 유제품입니다. 거기다 견과류나 향신료가 첨가되기도 하는데요, 고열량 식품의 대표주자인 셈이죠.
[당뇨병이 뭔가요?]
현재 인도 당뇨병 환자는 약 6,900만명으로 세계 2위인데요, 2040년이 되면 1억 2천4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항당뇨병제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특히 최근 들어 농촌지역 및 소도시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제껏 정부의 취약한 보건서비스 환경으로 질병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았던 탓입니다. 당뇨나 심장병 검사를 접한 적이 없어 이러한 질병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앞으로 잠재적인 소비자가 급증할 숨겨진 시장인 셈이지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략]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머크 및 영국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인도 소도시에 당뇨병과 같은 생활 습관 질병을 치료하는 일반의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세계 최대 당뇨병 치료제 제조업체인 ‘일라이 릴리’는 시골 지역민들이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활습관 질병을 인지하지 못하던 거대 잠재시장을 두드려 많은 이들이 병을 인지하고, 치료 및 관리에 나서도록 한 것이지요. 국내에서도 선제적으로 LG화학, 대웅제약, 동아제약, 세라젬메디시스 등이 이미 진출해 있는 상태입니다. 꼭 제약사, 의료기기사가 아니더라도 생활습관질병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들이 시장을 노려볼만 합니다. 인도인들이 생활습관질병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에서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기회가 숨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